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잇따라 감염되고, 그중 4명이 숨졌습니다.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당시 병원에서 손 위생 미이행, 비멸균 기구 사용, 500㎖ 생리식염수 반복 공동사용 등 여러 감염관리 문제점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시점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감염 자체는 2025년 강원 강릉의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1년여 동안 수사가 진행된 뒤, 강원경찰청은 2026년 9월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아직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온 단계는 아닙니다.
환자 863명 가운데 22명이 감염됐다
보건당국 역학조사 결과,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이 의원에서 허리 통증 관련 시술을 받은 환자는 863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2명이 감염 사례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감염 환자 중 4명이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단순히 시술 부위가 붓거나 가벼운 염증이 발생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세균이 몸속 깊숙이 침투하면서 일부 환자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 감염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어떤 시술이었나
보도에 따르면 환자들은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시술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개별 시술 방법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통증 치료 과정에서는 약물이나 주사제를 조직이나 관절 주변, 경우에 따라 척추 주변에 투여하는 시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시술에서는 피부 장벽을 통과해 바늘이나 의료기구가 몸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멸균과 손 위생이 매우 중요합니다.
CDC 역시 통증 치료나 관절 주사 같은 과정에서 안전하지 않은 주사 관행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감염된 균은 ‘MSSA 황색포도알균’
환자들에게서 확인된 균은 메티실린 감수성 황색포도알균(MSSA)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습니다.
황색포도알균, 즉 Staphylococcus aureus는 사실 아주 드문 세균이 아닙니다.
CDC에 따르면 사람의 약 30% 정도가 코 안 등에 황색포도알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균입니다. 대부분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균이 몸속 깊은 곳이나 혈액으로 들어갔을 때입니다.
혈류 감염이나 패혈증, 폐렴, 뼈·관절 감염 등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황색포도알균 감염은 치명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MSSA와 MRSA는 뭐가 다를까
황색포도알균 이야기가 나오면 흔히 MRSA를 먼저 떠올립니다.
MRSA는 일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알균입니다.
이번에 확인된 MSSA는 메티실린 계열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는 황색포도알균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MRSA처럼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MSSA 감염이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항생제에 반응할 수 있더라도 균이 혈액이나 깊은 조직으로 침투해 패혈증으로 진행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역학조사에서 무엇이 확인됐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보건당국이 확인한 감염관리 실태입니다.
조사에서는 500㎖ 생리식염수 반복 공동사용, 멸균 장갑 미착용, 손 위생 미이행, 시술기구의 비멸균 사용 등이 확인됐습니다.
보건당국은 병원의 전반적인 위생환경과 주사제 준비·시술 과정에서의 감염관리 미흡이 집단감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환자 검체뿐 아니라 의료환경과 의료종사자 검체에서도 동일한 유전자형의 MSSA가 검출됐습니다.
이 결과는 여러 환자가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우연히 감염됐다기보다는 하나의 공통된 감염원 또는 동일한 감염 경로가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해석됐습니다.
생리식염수를 여러 환자가 같이 쓰면 왜 위험할까
병원에서 생리식염수는 매우 흔하게 사용됩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그냥 소금물인데 같이 쓰는 게 그렇게 위험한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액체는 멸균 상태가 유지돼야 합니다.
CDC는 정맥주사용 백이나 병을 여러 환자에게 공통 공급원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능하면 일회용 약물 용기를 사용하고, 단회용 제품은 한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번 오염된 바늘이나 주사기, 의료기구가 약물이나 용액에 접촉하면 세균이 용액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용액을 다시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면 오염이 여러 환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통증치료 클리닉에서 단회용 주사제 용기를 여러 환자에게 사용한 뒤 침습성 황색포도알균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돼 있습니다.
손 위생이 그렇게 중요한가
매우 중요합니다.
황색포도알균은 피부나 코 주변에 흔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즉 의료진이 감염 환자가 아니더라도 피부 등에 균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기관에서는 시술이나 주사제를 준비하기 전후 손 위생과 무균 조작을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WHO의 안전한 주사 지침 역시 주사 준비 전 손 위생, 새 멸균 주사기와 바늘 사용, 단회용 용기 우선 사용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합니다.
‘멸균 장갑을 안 꼈다’는 것만 문제였을까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역학조사에서 지적된 것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감염관리 문제가 동시에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주사제나 식염수를 여러 환자에게 공동 사용하고,
멸균되지 않은 의료기구를 사용한다면,
각각의 작은 문제가 서로 겹치면서 감염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보건당국 역시 특정 행동 하나만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의원의 전반적인 위생환경과 주사제 준비 및 시술과정의 감염관리 미흡이 집단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감염이 패혈성 쇼크까지 갔을까
세균이 피부 표면에만 머물면 비교적 제한적인 감염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사나 시술을 통해 균이 몸속 깊은 조직이나 혈액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황색포도알균은 혈류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감염에 대해 몸이 극단적으로 반응하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CDC는 패혈증을 감염에 대한 몸의 극단적 반응으로 정의하며,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조직 손상, 장기부전, 사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한 4명의 환자는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병원은 지금 어떻게 됐나
해당 의원은 집단감염 사건이 발생한 뒤 자발적으로 휴업했습니다.
이후 2026년 3월 지자체로부터 의료기관 폐쇄 조치를 받아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며 병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이후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검찰 송치는 유죄 확정과는 다릅니다.
향후 검찰 수사와 기소 여부, 재판 등을 거쳐 법적 책임이 최종 판단됩니다.
정형외과 주사나 시술 자체가 위험한 건가
이번 사건을 보고
“허리 주사나 정형외과 시술은 위험한 것 아닌가?”
라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일반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주사·통증 시술은 기본적인 감염관리 원칙을 제대로 지키면 안전하게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핵심은 시술이라는 행위 자체라기보다 감염관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입니다.
WHO와 CDC 모두 일회용 멸균 기구 사용, 손 위생, 주사제 오염 방지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의료관련 감염을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시술 뒤 어떤 증상이 있으면 확인해야 할까
대부분의 주사나 통증 시술 뒤에는 일시적인 불편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냥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특히 고열이나 오한, 시술 부위가 붓고 뜨겁거나 심하게 아픈 경우,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 숨이 차거나 심장이 매우 빨리 뛰는 느낌, 새로운 혼란·의식 변화 등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신속히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색포도알균이 혈액으로 퍼지는 경우 발열·오한, 호흡곤란, 빠른 심박수, 혼란, 심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패혈증은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특히 최근 주사나 시술을 받은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어떤 시술을 언제 받았는지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환자가 의료기관의 모든 멸균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사를 놓기 전에 새 바늘과 주사기를 개봉하는지, 시술 전 의료진이 손 위생을 하는지, 의료환경이 청결하게 관리되는지 등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습니다.
WHO도 환자가 안전한 주사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필요할 경우 새 포장에서 꺼낸 바늘과 주사기를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환자가 의료진을 매번 의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책임은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질문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특별히 희귀한 의료기술을 사용하다 발생한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손 위생,
멸균 기구,
주사제 관리,
환자 간 용액 공동사용 금지.
이런 것들은 의료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기본적인 감염관리 원칙입니다.
그 기본이 무너지면 비교적 흔한 세균도 환자의 몸 안으로 들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재 새롭게 확인된 것은 4명이 숨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1년 넘게 이어진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병원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됐고, 역학조사에서 확인된 구체적인 감염관리 문제들이 다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정형외과 시술을 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아무리 반복되는 간단한 시술이라도 한 번의 손 위생, 한 번의 멸균 원칙을 생략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연합뉴스 — ‘환자 4명 사망’ 정형외과 집단감염…병원장·간호조무사 송치
환자 22명 감염·4명 사망, 손 위생 미이행과 비멸균 기구 사용 등 경찰 수사 및 역학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DC — Safe Injection Practices to Prevent Transmission of Infections to Patients
생리식염수나 정맥주사용 용액을 여러 환자의 공통 공급원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와 기본적인 안전 주사 원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DC — Preventing Unsafe Injection Practices
환자마다 새 멸균 바늘과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고, 단회용 용액·약물을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쓰면 안 된다는 지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DC — Staphylococcus aureus Basics
이번 사건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알균이 어떤 균인지, 혈류 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진행할 경우 왜 위험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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