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 백록담 안으로 몰래 내려가 물을 떠 마시고 인증사진까지 남긴 탐방객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처음 들으면 “백록담 물 한 번 마신 게 그렇게 큰일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물을 마신 행위 자체보다 출입이 금지된 백록담 안쪽과 비탐방로에 무단으로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라산에서는 늦은 밤이나 새벽을 틈타 비탐방로로 들어가거나 야영·취사·흡연 등을 하는 불법 탐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도가 사람의 순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AI 드론까지 띄우기로 했습니다.
백록담 안으로 내려가 물까지 마셨다
이번에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제주도의회에서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제주도의회 박지은 의원은 지난 15일 상임위원회에서 지난해 한 탐방객이 한라산 정상 백록담 안으로 들어가 물을 떠 마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백록담은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아무 곳으로나 내려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닙니다.
그런데 일부 탐방객들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백록담 내부나 비탐방 구역으로 들어가면서 자연 훼손과 안전사고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렇게 야간과 새벽을 틈타 몰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밤도깨비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탐방이 실제로 늘고 있다
단순히 한두 사람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라산 비탐방로 무단출입 적발 건수는 2023년 30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77%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정상부와 고지대에서 불법 야영이나 비박을 하고, 취사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 달간 백록담 일대와 주요 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특별단속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라산은 워낙 넓고 산세가 복잡합니다.
관리 인력이 밤새 모든 비탐방로를 직접 찾아다니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드론입니다.
밤에도 사람을 찾아내는 열화상 드론
제주도는 8월 19일 한라산국립공원의 야간·새벽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하기 때문에 어두운 산속에서도 무단 입산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어리목 일원에서 시범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불법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분석해 드론 비행 경로를 만들고 통신 상태도 점검했습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야간에도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살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제주도는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사람이 지상에서 순찰하고 드론이 공중에서 비탐방 지역을 확인하는 입체적인 단속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무엇을 단속할까
드론이 찾는 것은 단순히 백록담에 내려가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제주도가 밝힌 주요 단속 대상은
탐방예약 없이 무단으로 입산하는 행위,
정해진 탐방시간을 어기는 행위,
지정되지 않은 탐방로 출입,
불법 야영·비박,
음주·흡연·취사,
쓰레기 무단투기,
임산물이나 희귀식물 채취,
무속행위
등입니다.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거나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야영·취사·흡연·음주를 하다 적발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자연물을 불법으로 파내거나 채취하는 등 더 심각한 행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드론은 단속만 하는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드론이 불법 탐방객을 잡는 데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어리목·영실·관음사·성판악 등 한라산 주요 탐방로에서 AI 드론을 활용해 탐방객의 안전도 관리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522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무려 483건, 약 93%가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 하산 시간대에 집중됐습니다.
제주도는 이 시간대에 드론을 집중적으로 운영해 위험 상황이나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위치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즉,
밤에는 불법 탐방 감시,
낮에는 탐방객 안전 관리
두 가지 역할을 맡게 되는 셈입니다.
왜 백록담 안에 들어가면 안 될까
백록담을 눈앞에 두고 보면 가까이 내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 자연환경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지정된 길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식생이 훼손되고 새로운 길이 생기면서 자연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탐방 지역은 정식 탐방로처럼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백록담 물을 마셨느냐”가 아니라 “출입이 금지된 곳에 왜 들어갔느냐”
에 있습니다.
등산 인증사진 하나 때문에 드론까지 뜬 셈
요즘은 여행을 가면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SNS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기 위해 통제선을 넘거나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한라산처럼 많은 사람이 찾는 자연유산에서는 한 사람의 행동을 다른 사람이 따라 하면서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백록담 안으로 들어가 물을 마시는 모습까지 등장하고 야간 무단산행이 계속되자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던 탐방객을 이제는 하늘의 열화상 카메라가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한라산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백록담을 오래 지키려면
정해진 탐방로에서 보고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인증사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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