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병기 국회의원을 둘러싼 수사가 큰 고비를 맞았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9월 7일 김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습니다.
김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사 대상이 된 지 약 1년 만입니다.
경찰은 영장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수사 결과 혐의가 객관적인 증거로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를 처음 접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도 구속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국회의원이라고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정기국회 회기 중이기 때문에 일반 피의자와 달리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넨셀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크게 확산된 가운데, 김병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의 대형 사법 이슈가 동시에 겹쳤습니다.
두 사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날 굵직한 정치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13가지
김 의원을 둘러싸고 경찰이 수사해 온 의혹은 모두 13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 이번 구속영장 신청에 핵심적으로 포함된 것은 크게 5가지입니다.
- 차남의 취업 및 숭실대학교 편입학 관련 의혹
- 강선우 의원의 공천 관련 1억원 수수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 신라레저 관련 후원금 수수 의혹
-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의혹
-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관련 의혹
경찰은 여기에 뇌물,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김 의원 본인이 과거 동작구의원들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별도의 의혹 등 수사 대상이 된 13가지 의혹이 모두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쟁점은 차남 편입·취업 의혹
이번 영장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김 의원 차남 문제입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김 의원 차남이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한 중소기업에서 약 2년 8개월간 허위로 재직하면서 받은 급여와 회사가 대신 부담한 대학 등록금을 합쳐 약 6,736만원 상당을 뇌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급여가 약 5,800만원, 등록금이 약 900만원입니다.
이 금액이 3,000만원을 넘어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현재 경찰의 혐의 판단입니다.
김 의원에게 최종적으로 죄가 있다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유죄 여부는 검찰 기소와 법원의 재판을 거쳐 결정됩니다.
빗썸 취업 청탁 의혹도 수사 대상
김 의원은 차남의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취업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차남의 채용을 청탁하고 이후 빗썸에 유리한 의정활동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왔습니다.
경찰은 김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지역구 사무실뿐 아니라 빗썸과 쿠팡 본사 등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해왔습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지난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경찰의 혐의 판단과 김 의원의 부인 입장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강선우 의원 ‘1억원’ 사건도 등장
이번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강선우 의원 관련 의혹입니다.
경찰은 강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을 김병기 의원이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이번 영장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의 공천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김병기 의원이 직접 그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아닙니다.
강선우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알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공천 업무가 방해됐다는 것이 경찰 판단의 핵심입니다.
호텔 숙박권과 후원금도 영장에 포함
김 의원이 기업들로부터 받은 경제적 혜택도 문제가 됐습니다.
경찰은 신라레저 관련 후원금과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을 받은 부분에 대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김 의원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숙박 초대권을 이용해 약 160만원 상당의 객실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앞서 제기됐습니다.
국회의원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단순한 편의 제공이었는지, 아니면 의정활동과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뇌물죄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기 때문입니다.
수사에 왜 1년이나 걸렸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수사 기간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김 의원은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 여러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압수수색까지 실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신병처리 결론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수사가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5일 한 달 안에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수사팀에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약 2주 뒤 경찰이 사전구속영장 신청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이번 뉴스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경찰이 한 것은 ‘구속영장 신청’입니다.
경찰이 바로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먼저 서울중앙지검이 경찰이 넘긴 수사기록을 검토합니다.
검찰이 경찰의 판단에 동의하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김병기 의원은 현재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기국회 회기 중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특별한 절차가 하나 더 등장합니다.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것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회가 체포에 동의하면 됩니다.
이 제도는 원래 행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국회의원을 마음대로 체포해 국회의 기능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국회의원이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패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앞으로 실제 구속까지 어떤 절차를 밟을까
검찰이 김 의원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은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에 들어갑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관할 법원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정부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내고, 정부는 이를 국회에 전달합니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 요청을 받은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합니다.
그리고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72시간 안에 표결하지 못하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다시 상정해 표결합니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다음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 이른바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판사가 구속 필요성을 최종 판단하게 됩니다.
즉,
경찰 영장 신청 → 검찰 검토·청구 → 국회 체포동의 → 법원 영장실질심사 → 판사 구속 여부 결정
순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회기 중에는 김 의원을 구속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또 회기가 끝나는 등 헌법상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다시 신병 확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체포동의안 표결은 유죄·무죄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라 ‘구속 상태에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절차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국회의원이라고 법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도 여기일 것입니다.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이 있지만 형사책임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은 오히려 국회의원에게 청렴의무를 규정하면서 그 지위를 남용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재산상 이익이나 직위를 취득하도록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고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현직 국회의원이라도 구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 국민과 달리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라는 헌법적 절차가 하나 더 존재할 뿐입니다.
아직 ‘김병기 구속’이라고 쓰면 안 된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구분입니다.
오늘 뉴스의 정확한 표현은
“경찰이 김병기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입니다.
아직 검찰의 영장 청구도 남아 있고,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와 법원의 판단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제목을 ‘김병기 의원 구속’이라고 쓰면 사실보다 앞서가는 표현이 됩니다.
반대로 이번 사건이 가벼운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경찰이 약 1년에 걸친 수사 끝에 “혐의가 객관적으로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현역 국회의원의 신병 확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무거운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관심은 국회로 향한다
앞으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가 첫 번째입니다.
그다음에는 국회가 실제 체포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사가 됩니다.
김 의원은 현재 무소속이기 때문에 각 정당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됩니다.
그리고 체포동의안이 통과된다면 최종적으로 법원이 김 의원을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지가 마지막 관문입니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유죄 확정이 아닙니다.
그러나 13가지 의혹을 약 1년간 수사한 경찰이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의혹 제기 단계를 넘어 사법 절차의 중요한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의 영장 청구 여부와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번 사건의 다음 핵심 장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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